Dole 과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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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많은 싱글남녀가 결혼을 하는 계절이다. 결혼을 하는데 무슨 계절이 따로 있겠냐마는 사람들은 봄이면 따뜻한 햇살이 좋아, 가을이면 시원한 바람이 좋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 아,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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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에요~ ^^

파인애플 같이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가 가을 바람을 타고 사방에 퍼진다. 가족들은 식사자리에서 마주칠때마다 계속해서 결혼얘기를 , 애인이 없은 친구들은 선을 보라는 등의 권유와 협박(?)을 들어야만 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어서 결혼을 해서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겠냐는 어른들의 말씀을 심정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이미 자리 잘 잡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나도 결혼 하고 싶다!!! ^^)

과일이 얹혀진 와플이 무척 맛있는 광화문 사거리의 '이마'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의 화두는 늘 연애와 일, 크게 이 두가지로 나눠진다. 일 없이는 데이트 비용도 감당할 수 없고, 사랑없는 인생은 허망하지 않던가!? 영양만점의 수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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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일 와플만큼이나 우리의 인생도 늘 달콤하고 먹음직스럽길 바라는 우리들은 소박한(?) 소망. 과연 그런 행운이 과거에는 없었지만, 미래에는 생겨날까? 내일을 위해 오늘을 준비하지만, 오늘이 없는 내일이 없기에 매순간 '행복하기' 위해 애쓰면서 살고 있다. 그렇게 살다보면 달콤하다못해 달작지근한 환상적인 미래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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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마다 늘어나는 것만같은 눈가의 주름이 거슬리고, 어떻게 하면 세련된 패션과 화장법으로 예뻐질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우리들이 예뻐보이는 순간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바로 각자의 일에 몰두해 있을때다.

무대 조명디자이너인 친구 얘끼를 하나 하자면, 이 친구가 조명디자인 초보시절을 지내고 있을 때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장에 조명을 매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한 친구가 홀딱 반해 사랑을 고백해왔다고 한다. 편안한 바지에 손바닥이 빨간 실장갑을 끼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모습은 개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당연히 예쁘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자기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은 예쁜 것 이상의 매력을 보여준다.

완벽한 행사 큐시트를 위해 엑셀파일을 수십번 헤집어 완벽한 자료를 만들어 내느라 충혈된 눈을 하고 나타난 친구, 연예인 모씨를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스타일을 밤새 고민하고 바느질을 하느라 부은 얼굴과 손을 들고 나타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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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바느질 중인 친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장의 주인공인 '신부' 보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일하며 서른 한살을 스무살처럼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더 멋져 보인다. (그러니, '신부'의 모습은 더 예쁘겠지? 내 친구들이니까!! ^^)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부둥켜 안고 있는 연인들을 보면서 부러워했던 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고 있다. 어떤 친구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우리들 중 일부는 그 연애에 빠져있다. 모두모두 알콩달콩한 '사랑'으로 가을 하늘을 듬뿍 물들여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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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우리들은, 각자의 일터로 흩어졌다. 아침 일찍 눈을 뜨는 일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 가는 일상에 만족하며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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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미래가 올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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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4 15:27 2008/09/24 15:27
한국에서야 추석이 설날과 함께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이지만, 이역만리 미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명절입니다. 게다가 올해처럼 추석이 이른 경우에는 아무래도 풍성한 추석기분이 덜 나기 마련이죠. 다행히 한인타운이 크게 형성되어있는 곳에는 한가위를 겨냥한 기획상품들이 많이 진열되어있고 사람들도 북적북적대서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구나 했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한국과일도 많이 볼 수 있었구요.


1.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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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꼭 먹으리라 다짐했던 한국배입니다. 미국에서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사과에 비해 무척이나 귀한 과일입니다. 그만큼 가격도 비쌉니다. 사실, 서양배가 있기는 하지만 못 생긴 것만큼이나 맛도 없지요. 감히 장담컨대, 배만큼은 크고 달고 물많은 우리 것이 세계최고입니다. 다만, 이번에 손님초대용으로 큰 맘 먹고 한 상자 샀는데 가격만 비싸고 맛은 그저그래서 너무 실망스러웠다는....


2.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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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바글바글 붙어서 뭔가를 고르고 있길래 뭔가 하고 쓰윽 고개를 들이미니 햇밤이네요. 일년에 한번, 요맘때만 보는 것이라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어디서 가져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먹을 수 있는게 아니라 한 봉지 가득 사 왔습니다. 작년 추석때는 죄다 문제있는 것들만 골라왔던 아픈 기억이 있었죠. 이번에는 앞뒤 톡톡 튀어나온 잘생긴 놈으로 열심히 골라왔습니다. 삶아먹어도 구워먹어도 맛난 햇밤!


3.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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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사과는 종류도 다양하고 대중적이라 가격도 싼 편이라 쉽게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과일입니다. 저는 부사(=Fuji)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혹시나 햇부사가 나왔나 하고 찾아봤는데, 그건 없고 별로 안 좋아하는 아기 Gala 사과만 있길래 그냥 통과!


4. 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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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고 쪼글쪼글한 마른 대추만 보다가 오랜만에 초록빛 생대추를 만났네요.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라는 옛말이 생각나 슬쩍 하나 집어 먹어봤습니다. 깊지 않은 단맛이지만 사각사각 씹히는 풋풋한 맛이 제법이더라구요. 문득, 어릴때 친구네집 대추나무에서 대추 따먹다가 송충이에 쏘인 아픈 추억도 되살아났습니다.


5. 감(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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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홍시나 연시같은 물렁물렁하고 부드러운 감보다는 조금 떫더라도 딱딱한 감을 더 좋아합니다. 단감이 나왔나 열심히 찾아봤는데 눈에 띄질 않네요. 햇감이 나오기엔 좀 이른때인가 봅니다. 대신, 차례용품으로 판매되는 곶감은 많습니다. 하얀 분이 살짝 피어있는게 먹음직스러워 하나 사들고 왔습니다.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곶감이 제 입에는 부드럽고 쫀득쫀득하고 달콤하기만 합니다. 수정과 먹고 싶네요.


6. 참외, 복숭아, 그리고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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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바로 제철과일을 먹는 것이겠죠. 비교적 빨리 찾아온 추석이어서인지 아직도 여름과일들도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참외는 '중복'까지 수박은 '말복'까지 맛있고, 복숭아는 처서, 백로에는 포도가 맛있다"는 말이 생각나더라구요.

보통 미국 마켓에선 형형색색의 다양한 멜론들을 볼 수 있지만 한국 참외는 오직 한국마켓에서만 가능합니다. 포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보통 씨없는 포도를 많이 먹는데 단맛이라든가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보랏빛 캠벨포도의 새콤달콤한 맛을 따라갈 수는 없지요. 복숭아는 올해 미국산 황도, 백도를 너무 맛있게 먹은 터라 그렇게 그리운 과일은 아니었습니다.

한국과 똑같이 추석기분도 내려면 낼 수 있을테지만 여전히 아쉽습니다. "집에 과일은 이거저거 많은데 먹을 사람도 없고... 햇과일들도 좀 나눠먹었으면 좋았을텐데..." 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했더라면 더더욱 좋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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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8 15:12 2008/09/18 15:12
결혼 4개월 차 새댁,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사람 머리 두 개 만한 수박이 코 앞에 놓여졌다. “먹기 좋게 한번 잘라 볼래?” 인자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 때쯤, 저리 큰 수박을 내 평생 잘라본 적이 있었나 싶어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세로 줄무늬를 따라 길쭉하게 반 토막을 내야 하는지, 가로로 넓적하게 놓고 정 중앙을 힘껏 가르는 게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흑기사’를 불렀다. 물론 조용하고 나직한 소리로, 마치 둘만의 암호처럼 SOS를 청한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온 그는 덩치 큰 수박의 왼쪽을 짚고 서서 큰 칼을 번쩍 들어 올렸다. 대충 중간쯤에 칼을 꽂아놓고 반을 가를 것임이 자명한 폼이었다. 별로 믿음직스럽지 못했던지 어느 틈엔가 어머니까지 수박 자르기에 가세하셨다.

그리고는 “이리 내.” 하시며 아들 손에서 칼을 빼 들고는 당신이 직접 노련한 솜씨로 쓱싹쓱싹 수박을 자르셨다. “이렇게 먼저 꼭지를 자르고. 반 등분 하는 거지. 그리고 가장자리를 이렇게 정리하고. 이렇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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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


순간,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 연희(엄정화)가 준영(감우성)과 함께 그의 어머니 병문안을 갔을 때였다. 병실 침대 한 켠에 곱게 앉은 연희는 참으로 얌전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알뜰하게 사과 껍질을 깎아 내렸다. 얇고 동그랗게 말려 내려오는 껍질은 위태로워 보였지만 끊길 줄 모르고 한숨에 쟁반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남자 엄마의 입가엔 이내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아마도 스무 살 무렵이지 싶다. 어렸고, 세상 물정을 잘 몰랐고 또 몰라도 됐던 그 때. 나는 저 장면을 보고 ‘저런 내숭을 봤나! 저렇게 참한 척 하는 건 거짓말이잖아!!’ 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리고 ‘연희’를 그저 기분 나쁜 ‘내숭녀’ 정도로 깔아뭉갰다. "나는 절대로, 죽어도, 저렇게 변하지 않을 거얏!!" 다짐하며..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입장과 상황, 역할과 공간이 수 차례 바뀐 지금 난 ‘연희’가 되고 싶다. 여전히 결혼한 여자의 삶에 ‘과일 깎기’를 끼워 넣으려는 이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남편 친구들에게 깔끔한 과일 안주를 대접하고 “사랑 받으시겠어요”라는 별 영양가 없는 소릴 들으며 으스대고 싶은 생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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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딸이자 막내동생 그리고 애인 아내 엄마 며느리 새 언니 시누이까지로 내 역할이 확대되니 과일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내가 안타까워서다.

함께 해야 할 과일 깎기를 남편 혹은 부모님에게만 맡겨두기가 미안해진 것은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뜻일까. 조금은 이른 가을의 문턱, 탐스런 과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나만의 ‘과일 깎기 신공’을 연마할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올 추석은 생에 처음으로 내가 깎은 과일로 배를 채우는 가족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다. 

Wrtten by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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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0 18:22 2008/09/10 18:22

여러 미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주말 아침에 브런치를 먹는 유행이 생긴 지도 꽤 된 듯합니다. 솔직히 브런치라는 것이 크게 특별한 음식은 아니죠. 주중에 누릴 수 없던 게으름을 피우느라고 놓친 아침끼니를 점심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니까요. 당연히 평소에 먹는 아침과 메뉴와 거의 비슷할 것이고 점심까지 든든해야 하니까 양은 좀 많아야겠구요.

뉴욕지역으로 이사와서 1년만에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브런치 먹으러 나온 곳이 바로 Bubby's Pie Company입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아기들 데리고 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고, 원래 이곳이 사과파이로 유명한 곳이라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 Grapefruit Juice & Orange Ju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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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 Press 쥬스라고 해서 주문했습니다만, 100%라는 말이 없어서 그럴까요? 2% 부족한 신선함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돼서 Grapefruit 쥬스를 포도쥬스인 줄 알고 시켰다가 엉뚱한 것이 나오길래 상황판단이 바로 안 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쓴 쥬스만 들이킨 경험이 있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Grapefruit은 포도가 아니라 자몽입니다. 즉, 자몽쥬스인 것이죠.


2. Sourcream Pancake with Peach & Blueberry Comp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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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메뉴에는 없고 스페셜 메뉴에만 있는 팬케익입니다. 사실 팬케익이라는 음식은 팬케익 자체보다 그 위에 어떤 시럽을 얹느냐에 따라 그 맛이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메이플 시럽이죠. 복숭아와 블루베리를 설탕 시럽에 복숭아와 블루베리를 넣고 뭉근히 졸여만든 것이 바로 Compote입니다. 실제로 먹어보니 복숭아와 블루베리 외에 제가 좋아하는 딸기도 들어있어서 더더욱 좋았습니다. 이 중에서도 블루베리는 속된 말로 요즘 한창 뜨는 과일이기도 하죠. 얼마전에 노화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수퍼푸드로 대대적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3. Mile High Local Apple Pie & Blackberry Cheese 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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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파이는 파이 컨테스트에서 우승한 주인의 실력을 말해주듯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크러스트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큼직큼직 썬 사과가 아주 맛있더군요. 우리에겐 보통 익힌 사과가 굉장히 어색하지만 파이속의 사과는 여전히 열을 가했음에도 사과의 원래 풍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가격대비 괜찮다고 생각했던 맥도날드 사과파이를 다시는 못 먹을 듯 합니다.

생각해보면 미국사람들은 사과파이를 맛으로만 먹는 것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요즘은 자주 듣을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지극히 미국적인"이라는 영어 표현이 "As American As Apple Pie"일 정도로 미국사람들에게는 애플파이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있는듯 합니다. 마치 명절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할머니가 구워주신 맛있는 파이를 나눠먹는 추억이 없다면 마치 미국사람이 아닌 것 같은... 우리로 치면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손수 끓여주신 된장찌개, 아니면 겨우내 땅 속에 묻어두고 먹었던 묵은 김장김치 정도 될까요?

디저트로 사과파이 하나는 아쉬워서 Seasonal 메뉴 중 하나인 블랙베리 치즈케익을 먹어보았습니다. 사실 블랙베리를 많이 먹어 본 것은 아니라 깊은 맛은 잘 몰랐지만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씨앗의 느낌과 새콤달콤한 맛이 늘상 먹는 스트로베리 치즈케익보다는 훨씬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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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느긋한 아점 (브런치)에도 이렇게 각양각색, 다양한 과일들이 여러가지 모양새로 숨어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미처 맛보지 못한 과일 주스, 과일 파이와 케익들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지요. 가족과 함께라면 더구나 맛있는 과일과 함께라면 가끔은 이런 호사도 누릴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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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14:23 2008/09/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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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행지에서의 기념 사진. 신발들 마저도 연애의 시작을 부끄러워하는듯하다.


'애기야? 나비야?  여우야?'

꼬박 3일간, 우리들의 애칭을 고민했다.  결국 평범한 '자기야' 라는 말로 그를 부른다.

해물된장찌개? 혹은 홍합 미역국? 아니면 좀더 공을 더 들여야 하는 카레를 넣은 닭도리탕? ‘나의 자기야’ 를 위한 첫 번째 요리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과 요리책을 뒤적였다. ‘요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특별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결국 깻잎 몇 장을 부숴 넣은 평범한 참치 김치찌개로 대신했다.  혹시나 그 맛에 실망할까 애꿎은 ‘김치’만을 구박하면서….

여행지에서의 찍어온 우리의 커플 사진을 구경하는 사무실 나의 부사수가 농담처럼 한 마디를 던졌다. ‘ '언니, 의외로 '부끄부끄' 스타일인데요. 완전 부끄러워하는데…!?’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어지는 웃음. 머리끝까지 붉게 달아오른 내 모습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런가 보다. 그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나를, 수줍게 한다. 마냥 즐겁고, 마냥 신나고, 감동을 주는 그와 함께,  요즘 나는 연애를 하고 있다.

서른 한 살. 스타일리스트, 공연기획자, 그림을 가르치는 화가, 조명 디자이너, 글쟁이 마케터. 취미로 스윙댄스를 배우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탐구하는데 여념이 없으며, 철들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의 상식과 기준에 맞춰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딱 좋은 나이가 된 여자 다섯이 달콤한 밥상 앞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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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층카페, 아담하고 소박한 카페. 우리들만의 수다를 나누기에 딱 좋은 곳.

우리들은 모두 싱글이다. 불과 두 세달 전까지 우리들 대부분의 상황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 어느 봄날 저녁, 구의동 **빌라 301호 모여 영양가 없는 지나간 연애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던 우리. 지금은 모두 각각의 상대를 만나 연애라는 걸 하고 있다.

증명할 순 없겠지만 ‘연애 바이러스’라는 게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게다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트렌드(?)에 충실한 ‘연하의 자기야’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수줍은 소녀. 그러나, 마음은 대담한 클레오파트라. 따뜻하지 못한 애인을 만나, 지난 5년간 쓸쓸했던 연애를 마감하며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연애를 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슈테른'이 첫 테잎을 끊었다. 밀고 당기기로 몇 주간 주변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더니 결국 감동적인 연애편지 한 장을 받고는 연애의 시작을 만천하에 알렸다. 5년간의 시간을 보상 받기라도 하듯, '슈테른'은 다섯 살 연하의 남자친구 함께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연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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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한 하트 날리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너무나 뜨겁게’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국민가수의 폼 나는 스타일리스트 ‘사이다’, 사이다는 무려 8년 간의 공백기를 마감하고 소개팅에서 만난 세살 연하의 그와 눈부신 연애를 하고 있다. 행복한 얼굴이 도저히 감춰지지 않는 행복한 ‘사이다’는 얼마 전에는 궁합까지 봤다고 하니.., 어쩌면 찬 바람이 불 때쯤 그녀의 결혼소식이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할 지도 모르겠다.

‘3분 동안 춤을 추면서 파트너와 사랑에 빠진다!’ 는 거짓말 같은 로맨틱한 주문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일까?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공연 파트너로 만나 두 달 반을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연습하고, 늦은 밤까지 메신저로 똘깍똘깍 거리던 ‘힐러리’도 연애시대에 합류했다.

서른 한 살 여자 다섯이 모여 풀어놓을 얘기가 온통 ‘연애’ 뿐인 것은 아니다. 샤방샤방한 봄날 같은 사랑이야기 말고도 칙칙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들이 언제나 우리를 옆에 산재해 있으니깐.

경력 4~5년차 사회인 우리들은, 이제 한 두 명의 부사수를 거느리고 제대로 된 팀장님 소리를 듣기 위해 일 주일에 며칠은 적당히 야근도 해줘야 하고, 대놓고 결혼 안하냐며 소리지르는 엄마의 짜증 섞인 잔소리도 적당히 듣고 넘길 수 있는 기술도 알아야 한다. 부동산 재테크까지는 아니더라도 연금보험, 적립식 펀드 한 두 개쯤은 운용할 줄 알아야 이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 남는다고 하니 ‘생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머리 아픈 서른 한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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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아픈 하루의 일과는 잊고, 달콤한 과일 같은 사랑 속으로 풍덩!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들의 화두의 중심은 의심의 여지 없이 ‘연애’다. 누군가는 ‘철없는 것들’ 이라고 코웃음을 칠 수 있겠으나, 이제 막 시작한 우리들에게 당연 ‘연애’가 수다거리일 수 밖에 없다.

어리지만 한편 어른스러운 남자들과의 유치한 연애. 길거리를 다닐 때 손은 어떻게 잡는지, 헤어질 때는 어떤 말로 사랑을 속삭이는지, 누가 얼마나 더 닭살 돋는 문자를 주고 받는지, 둘만의 애칭은 무엇인지, 여행은 어디로 갈 것인지, 다가오는 생일에는 무엇을 선물할 것인지 등등.. 나이는 서른 한살인데, 마치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수다가 오가는 사이 우리들의 얼굴은 상기된 표정을 한 채, 빨갛게 익어있다.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사랑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길 바란다. 어떤 오해로 인해,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떤 장벽으로 인해, 감정의 소모로 인한 시간에 지쳐, 그 일상이 언젠가 깨질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좀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것처럼, 조금이라도 더 달콤한 연애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달콤한 밥'의 수다 공간, '일층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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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림을 만들어주는 공간’ 이 일층까페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일층까페’. 작년 이즈음. 업무 관계로 만난 지인이 이 곳을 소개시켜줬다. 그 이후로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꼭 이곳의 ‘바나나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게 하는데, 바나나와 에스프레소 그리고 투게더 아이스크림이 주는 달콤함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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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가 녹아 들어간 토스트, 그리고 키위, 바나나, 토마토 등으로 풍성하게 멋을 낸 과일토스트 세트도 참 흐뭇하게 만들어 주는 메뉴다. 경복궁 역 ‘일층까페’에서 달콤 쌉싸름한 바나나 에스프레소를 만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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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14:38 2008/08/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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